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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겨울 단상

by krkim 2009. 3. 1.
겨울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는 물론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을 표현한 유명한 바이올린 콘체르토이다.   클래식 음악 중 일반 대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곡 중에 하나라고 한다. 각 계절을 빠른 곡, 느린 곡, 빠른 곡 이렇게 세 곡으로 만들어서 모두 12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겨울인데 그 중에서도 처음 두곡 (10 번째 Winter - Allegro non molto 와 11 번째 -- Winter - Largo ) 이 좋다. 가끔 그걸 틀어 놓고 아주 신 오렌지 조각을 베어 물었을 때 같은 표정을 지으며 듣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도 겨울이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 마시면 산소의 농도가 높아서 그런지 정신이 더 맑아지는 맛도 있고 또 마른 체격이라 겨울에 옷을 껴입으면 체격이 좋아 보이는 장점도 있다. 내게 제일 인상이 남는 영화 장면 중 하나도 닥터 지바고가 얼음에 둘러 싸인 집에서 얼은 손을 불며 글을 쓰는 장면이다.

겨울은 죽음의 상징이기도 한다. 따뜻할 때 활짝 폈던 아름다운 꽃들이 겨울에는 다 죽어서 사라지고 모든 생명이 움츠러드는 기간인 것이다. 그래도 겨울은 죽음보다는 훨씬 덜 절망적이다. 죽음은 그 뒤에 무엇이 오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천국이나 지옥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을까? 윤회되어서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까?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서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종교가 사람들이 죽음을 더 무서워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지옥이라는 개념을 사람들에게 주입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다 결국엔 죽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대체로 평소에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말 시험처럼 결국 죽음은 다가오고 죽음에 맞부닥트린 사람은 놀라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겁에 질리기도 한다.

큐블러 로스 (Elisabeth Kubler-Ross) 라는 스위스 출신 미국 의사는 불치병을 진단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관찰하여 그런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5 단계의 심리 상태를 거친다고 주장하였다.

(1) 부정(denial) : 처음의 충격에 뒤이어 그럴 리가 없어 뭔가 잘못된 것일거야…
(2) 분노 (anger): 왜 나인가?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나? 신은 왜 나를 죽게 만드는가?
(3) 거래 (bargaining): 나를 살려 주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4) 우울증 (depression) : 슬픔과 절망감 그리고 두려움
(5) 받아들임(acceptance) : 또는 체념

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이렇게 꼭 고통스러운 과정이어야 할까? 죽음의 문제에 대한 해결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죽음에 대하여 좀 더 편안해 질 수 있을까?

천국에 간다고 믿는 것일까? 천국에 가면 현생의 일을 다 기억할까? 천국에 가면 어떤 모습을 하고 살지? 늙어서 죽으면 늙은 모습으로 천당에 갈까? 젊은 모습으로 가면 더 좋을 텐데. 천국이라는 게 아쉬운 것이 없는 곳이라면 나이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몇 살로 선택하지? 한 서른 다섯 정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대는 좀 미숙하도 40 대는 좀 늙기 시작한 감이 있다. 기왕 나이도 젊어지는데 외모도 바꿀 수 있나? 머리도 더 좋아지게 하고? 이것저것 다 바꾸면 그게 난가?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물론 운 좋게 잘 태어나야 갰지만.

후손에게서 위로를 찾는 방법도 있다. 나의 분신이 계속 살아남는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를 많이 낳아야 할 텐데.

후세의 사람들이 기리기리 기억할 만한 업적을 남기는 것도 위로가 될 것이다. 죽은 뒤에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게 될 테니까. 죽은 뒤에 알아줘 봤자 허망할 수도 있지만. 우디 알렌의 말처럼 사람들은 작품이나 업적으로 영생을 얻기보다는 실제로 영원히 사는 것으로 영생을 성취하고 싶어 할지 모른다. ("I don't want to achieve immortality through my work. I want to achieve immortality by living forever.")

만일 사람의 의식이라는 것이 뇌의 전기 화학적 작용의 부산물이라면 사실 나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일 나의 뇌와 똑 같은 뇌가 있어서 나와 똑 같은 경험을 한다면 나와 같은 생각과 느낌과 의식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 뒤 비슷한 느낌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이 있다.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그 순간 동안 나와 타인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난 같은 사람일까? 과거의 내가 우울했고 현재의 내가 행복하다면 우울했던 과거의 나는 현재 우울한 다른 사람의 의식 속으로 가버리고 행복한 현재의 난 우울했던 과거를 어렴풋이 기억하고는 있지만 사실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 물론 한 개인 만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이 있지만 기억은 의식이 두뇌에서 꺼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결국 한 사람이 죽어도 다른 사람의 의식 속에서 다시 눈을 뜨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겨울이 아름다운 건 봄이 온다는 희망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죽음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영화 "반지의 제왕" 에서 프로도와 갠돌프가 배를 타고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처럼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지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래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평화로울 수 있도록 가끔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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