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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3.23 신이라는 망상과 신의 언어
책 - 일반2018.03.23 09:28

 

부시의 비극



내가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고 보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 주요 이유가 미국 대통령 부시이다.   부시의 비극 (The Bush Tragedy by Jacob Weisberg) 이라는 책은 제목만 봐도 부시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쓴 책 임을 알 수 있다.  하긴 요새 부시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쓴 책을 찾기도 어렵긴 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부시의 비극인 이유는 부시를 셰익스피어 비극에 나오는 왕자에 비교했기 때문이다.   부시는 마흔이 넘을 때까지 아버지의 그늘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했고 대통령이 되자 자기는 아버지와 다르다는 것 즉 아버지 덕에 대통령이 된 아버지의 아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고 저자는 서술한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결국 그런 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시의 실책으로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진 것은 부시 자신의 역사적 평가는 물론이고 아버지 부시의 업적과 부시 가문의 평가도 함께 쓰레기 통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 미 제국이 세계의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리고 내리막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까지 될 것이라고 쓰고 있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의 임기가 실패로 끝나가는 것을 깨달으면서 공식 석상에서 울기도 했다고 한다.  “아빠” 부시와 “엄마” 부시는 사실 장남,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은 고사하고 정치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 부시는 나이 마흔 가까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직장을 커녕 술만 먹던 집안의 말썽 꾸러기였던 것이다.  어머니 바바라 부시의 친구가 집에 놀러 왔을 때 할머니가 다 된 엄마의 친구에게 요새 성생활이 어떠냐고 물어서 어머니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래서 부시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어머니 바바라 부시는 말렸다고 한다.   둘째 아들 젭 부시가 어버지를 이어 정치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괜히 능력도 없는 아들 조지 부시가 나서서 둘째 아들의 앞길을 막을까 염려했다는 것이다.  조지 W부시의 동생 젭은 형보다 키도 크고 똑똑해서 부모의 총애를 받고 있었고 그 때문에 조지 W 부시가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장남 조지 W 부시의 역사는 집안에서 힘을 써서 좋은 학교에 들여보내 주고 직장을 잡아주고 사업을 시작 하도록 도와주면 그때마다 실패하는 것이었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사실 아들 부시가 대통령이 된 것도 부시 가문의 후광에 힘입은 것이었는데 결국은 실패로 끝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시는 거만한 사람이라고 한다.  부시의 거만함은 주로 그가 부시 가문의 장자라는데서 온다.  부시는 물론 자기 아버지가 41대 대통령이기도 하지만 할아버지도 상원 의원을 지낸 사람이고 부시의 할머니는 워커 Walker 가문의 여자인데 (그래서 조지 Walker  부시) 이 워커 집안이 한때는 부시 집안보다 훨씬 돈도 많고 더 잘나가는 집안이었다고 한다.  메인 주에 있는 부시 집안의 여름 휴양지는 원래 워커 집안의 별장이었다.   부시의 거만함을 타고난 특권 의식sense of entitlement 이라고도 표현한다.   부시는 대통령에 취임하자 마자 비서실장에게 배고픈데 햄버거가 왜 안 나오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하고  (대통령의 간식을 챙기는 일은 백악관 비서실장의 일이 아니다)  부시의 브레인이라고 불리는 정치 보좌관 칼 로브에게 자기의 옷을 걸게 하기도 하면서 자기의 위치를 확인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부시의 거만함은 역설적으로 열등감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부시의 열등감은 완벽하다고 느껴졌던 아버지의 그늘과 그런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주로 기인한다고 한다.  또 부시는 부시라는 이름에 힘입어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미국의 최고 학교만 골라서 다녔지만 반 엘리트 주의자가 되었는데 그런 학교에 다니면서 느꼈던 지적 열등감 때문이라고 한다.   부시의 참모들은 부시의 그런 심리를 알고 부시의 열등감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조언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빌 클린턴은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부시를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사석에서 평가하기를  “바보는 아닌데 아무것도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버지 부시는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할 때 회의를 통해 여러 사람의 찬반 의견을 듣고 고민하며 결정했는데 아들 부시는 그런 방식을 우유부단한 것이라고 받아들였고 그래서 부시는 직관적으로 신뢰하는 소수의 참모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넬슨 만델라는 부시를 비젼이 없는 지도자라고 흉본 적이 있는데 부시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은 있어도 미국이라는 나라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생각은 없던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부시의 정책은 부통령 체이니와 정치 보좌관 칼 로브에 의해 크게 좌우되었다.


부통령 체이니는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적 야심이 없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입법부나 사법부에 비해 훨씬 더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닉슨 행정부에서 일하다가 닉슨의 하야를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체이니는 20 대에 하원 의원 보좌관부터 시작해서 백악관 비서실장 (포드 대통령),  하원의원 (6선), 공화당 원내총무, 국방장관 (아버지 부시) 등등을 거치면서 워싱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행정부와 입법부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법의 헛점이 무엇인지 등등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한다.  정치적 경력이라고는 실권이 많이 없는 텍사스 주지사를 지낸 것 밖에 없고 (텍사스는 부지사가 실권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실무에 별 관심도 없는 부시는 체이니가 유도하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악관에서 체이니의 비서실이 부시의 비서실보다 더 크다고 하고 언론에도 대통령 비서실장보다 부통령 비서실장 (스쿠터 리비) 가 더 많이 오르내렸다.   (리비는 체이니가 시킨 일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부시가 감형을 해 주었다)


체이니는 국방장관으로 자신의 옛 직속 상관이던 럼스펠드를 천거하는데 (체이니는 럼스펠드의 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체이니 이상으로 워싱턴의 생리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이다.  럼스펠드의 경력은 거의 체이니와 똑같다.  백악관 비서실장 (포드), 국방장관 (포드), 하원의원 등을 역임했다.   닉슨은 럼스펠드를 “겁나는 개자식 (ruthless little bastard)” 라고 불렀을 정도로 독한 성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닉슨이 꼭 부정적인 의미로 그렇게 부른 것은 아니다)  그 독한 성질로 럼스펠드는 아버지 부시를 여러 번 못살게 굴었다고 한다.  아버지 부시의 출세길을 막으려하기도 하고 레이건 정권 때 아버지 부시와 부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저자에 의하면 아버지 부시는 정치인치고 점잖은 사람이라 남에 대하여 나쁜 말을 잘 하지 않는데 예외가 럼스펠드였다고 한다.


아들 부시가 아버지 부시가 가장 싫어했던 정적 럼스펠드를 국방장관에 기용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 부시의 친구들은 놀라면서 말렸다고 한다.  아버지 부시의 비서실장이었던 제임스 베이커는 아들 부시에게 너 럼스펠드가 네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 라고 까지 얘기했다고 한다.   아들 부시가 럼스펠드를 받아들인 것 자체도 아버지 부시와의 차별화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버지 부시의 정적이었던 럼스펠드는 결국 부시가의 몰락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체이니와 럼스펠드 그리고 네오콘이라고 불리던 신보수주의자들에게 부시는 아주 이상적인 대통령이었다.  그들이 유도하는 대로 순순히 따라가 주었기 때문이다.   네오콘들은 유대인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왕정이나 신정 아니면 군부 독재 체제이던 중동 국가들을 힘으로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로 바꾸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중동 국가들이 친 이스라엘 겸 친 미 국가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그들은 중동 산유국들을 군사력으로 제압하고 통제할 수 있으면 중동의 석유를 차지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1석 2조 (또는 3조) 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꿈을 부시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꾸어오고 있었다.   평생 아버지 덕에 산다는 시각을 떨쳐버리려 했던 부시는 아버지 부시가 쿠웨이트 전쟁 승리 직후 이라크 대통령 후세인을 살려둔 것이 실수라는 시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후세인을 제거함으로써 자기가 아버지가 못한 일을 해냈다는 평가 즉 자기가 아버지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부시의 두뇌라고 불리던 칼 로브는 나름대로 미국에서 공화당의 영구 집권을 꿈꾸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보수 기독교 세력이 정치 세력화함으로써  그 꿈을 이루려 했다.   칼 로브 자신은 무신론자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선거가 있을 때마다 보수적 기독교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이슈들 – 낙태, 동성연애 결혼, 줄기세포 연구 – 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주로 남부와 중서부에 많이 거주하는 보수 기독교 세력은 이에 대하여 열렬히 반응했고 이런 책략은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가 되고 미국 대통령에 두번이나 당선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부시도 스스로 다시 태어난 (born again) 기독교인 즉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인인 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부시 집안은 원래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교파인 성공회 Episcopal Church 계통의 교회에 나가는 집안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들 부시는 어머니 부시와 신학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고 한다.  아들 부시가 다시 태어나는 경험 (born again) 을 않으면 천당에 가지 못한다고 우기자 어머니가 반박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빌리 그래함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이 왜 당신들이 신의 결정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실 이 대답은 어떻게 기독교를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좀 무책임한 대답이다). 


 현재 미군은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그다드의 그린 존이라고 불리는 요새 안에 갇혀있는 꼴이라고 한다.  역사적 아이러니는 이 상태가 미국 독립 전쟁 당시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군대라는 것은 산적 비슷한 오합지졸로서 대영제국의 정규군과는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워싱턴의 전략은 도망 다니면서 게릴라 식으로 영국군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7년을 끌자 영국으로서는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해 버린 것이다 (물론 프랑스라는 다른 요인이 있기도 했지만).  또 다른 역사적 비교 대상은 베트남 전쟁과 구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전이다.  소련은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했다가 9년 동안 국력을 소비한 뒤 퇴각했는데 이는 소련이 망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를 구하기 위하여 럼스펠드를 국방장관 직에서 몰아내려고 애쓰기도 하고 옛 비서 실장 제임스 베이커에게 부탁해 이라크 스터디 그룹이라는 것을 만들어 이라크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햇다.  내용은 이라크에서 철수하여 병력을 아프카니스탄으로 돌리고 이란과 시리아 등과 대화하여 외교적 해결을 강구하라는 것이었는데 아들 부시는 이를 무시해 버렸다. 대신 부시와 체이니는 오히려 중동에서의 확전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이란을 폭격하려는 것이다.  며칠전 미국 공군 참모총장이 해임되었는데 공식적인 이유는 핵미사일 관리 소홀이었지만 혹시 이란의 공습에 반대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이라크 전의 실패로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의 지도적 위치가 현저히 약화되었다.  국력의 소모는 둘째치고 그것보다도 정의와 인권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완전히 퇴색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미국이 정말 정의와 인권의 나라였던 적이 있었던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중국의 천안문 사태 등에 대하여 비판할 때 어색하지 않은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정당한 이유 없이 전쟁을 일으켜서 수십만명의 목숨을 빼앗은 나라, 대통령이 고문을 하도록 지시하는 나라, 악명 높은 관타나모 수용소와 이라크 감옥 (아부 가립) 등등 세계인들에게 불의의 나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자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 하나님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는 걱정이 되서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없다고 기자에게 이야기 한 바 있다.   부시는 측근에게 애기하기를 클린턴이 퇴임 후에 강연료나 인세등으로 돈을 많이 벌었는데 자기는 그것 보다 더 많이 벌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시의 이야기는 본인에게는 비극이 아니고 희극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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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rkim
TAG 부시
책 - 일반2018.03.23 09:16

신이라는 망상과 신의 언어

The God Delusion & The Language of God




The God Delusion 이라는 책과 The Language of God 이라는 책을 동시에 읽었다. 신이라는 망상이라는 책은 제목대로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종교를 비판하는 책이고 신의 언어라는 책은 과학자로서 종교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쓴 책이다. 


신의 언어


신의 언어를 쓴Francis Collins 라는 사람은 미국 국립 인간 유전자 지도 연구소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NHGRI) 소장으로서 2000 년도에 백악관에서Craig Venter 라는 사람과 함께 인간 유전자 지도의 초안을 완성해 발표한 유명한 과학자이다. 그가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주 이유 중 하나는 인간에게 선악의 개념과 도덕적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왜 인간에게 양심이 있다는 것 남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충동이 있다는 것이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그것도 기독교의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잘 모르겠다. 아마 존재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어야 되는데 신외에는 인간이 동물들과는 달리 선악에 대한 기준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인 것 같다. 신의 존재를 지지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그는 Anthropic Principle 를 든다. 이는 지구와 우주가 인간이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 법칙이 조금만 달랐다거나 지구의 공전 괘도가 조금만 달랐다거나 하면 인간이 존재할 수 없었을텐데 신이 관여해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도록 우주를 디자인했다라는 논리인 것 같다. 그 밖에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그의 딸이 대학교에 다닐 때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법인은 끝내 잡지 못했는데 그 고통을 신앙의 도움으로 극복했다는 것이다. 


프란시스 콜린스는 그러나 성격을 문자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리주의적 기독교는 배척한다. 특히 그는 진화론을 옹호하는데 진화론을 지지하는 증거는 화석 뿐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의 관계에서도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동물의 유전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비교해 보면 같은 조상에서 진화해 왔음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신이 인간을 진화를 통해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콜린스는 종교가 과학을 배척하면 결국 종교가 위축된다고 주장한다. 무신론자들은 물론 이 책이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고 당연히 비난하지만 보수적 기독교인들도 이 책을 그리 반기는 것만 같지는 않다. 



신이라는 망상


Oxford 대학교 교수이자 생물학자인 리차드 더킨스 (Richard Dawkins) 는 아마 현재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무신론자가 아닌가 싶다. 이기적인 유전자 (The Selfish Gene, 1976) 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그가 2006년에 쓴 “신이라는 망상” (The God Delusion) 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더킨스는 종교 경전을 문자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단적/근본주의적 종교 뿐 아니라 아예 종교 자체를 없어져야 할 것으로 보는 입장인 것 같다. 


더킨스가 없다고 주장하는 신은 유대교와 그로부터 파생된 두 종교 즉 기독교와 이슬람교 신자들이 전통적으로 믿는 신을 말한다. 전지 전능하고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고 사람들의 기도에 응답하는 인간사에 직접 간여하는 신이다. 이런 신은 인격신으로서 사람처럼 기뻐하고 화도 내고 질투하기도 한다. 그는 이런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자체가 하나의 가설인데 그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이런 신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성역으로 여기고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 가설이 옳은지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전공이 진화론인 더킨스는 창조론이 틀렸음을 주장한다. 또 인간에게 도덕적 규범이나 이타성 같은 것도 진화론적 관점에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한다. 그는 또 기도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없다). 물론 그렇다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이 존재할 가능성과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러가지 증거로 볼 때 신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할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라고 말한다.


더킨스는 또 종교가 인간에게 해롭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전통적 종교가 사람들에게 과학과 이성을 무시하도록 가르치기 때문이다. 또 종교 경전의 문자 그대로의 해석 때문에 말도 안되는 교리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는 또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종교가 없었으면 다른 민족간의 갈등이나 전쟁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아이들에게 어릴 때 종교적 교리를 주입시키는 것은 아동 학대라고 주장한다. 

신이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누구나 다 동의할 수 있는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신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할 것이고 또 이제까지 그 신의 존재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씨름해 왔을텐데 그에 대해 시원한 답이 나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 더킨스는 일단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도들이 믿는 신은 인격신으로서 세상사에 계속 간섭하고 기도를 들어주는 신이라고 규정한 뒤 그런 신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그도 신이 없다 라는 완벽한 증명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따져서 믿는것도 아니고 증거가 있어서 믿는 것도 아니고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이니 신이 없다고 누가 증명했다고 한들 종교를 믿던 사람이 갑자기 믿지 않게 되지도 않을 것 같다.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혈액형 성격이론을 믿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만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종교는 인간에게 해롭기만 한 것일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종교가 인간에게 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교회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내고 있는가? 종교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은 먼저 중동 여자들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운전은 왜 못하게 하나? 남자들과 함께가 아니면 외출도 못하게 해서 남자아이라도 데리고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머리 (또는 온몸) 를 가리고 다니는 것도 답답해 보이고. 다른 종파의 남자와 연애를 했다고 돌로 쳐 죽이기도 하고. 이런 문제가 꼭 종교 때문이 아니라 문화 때문이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종교적 교리에 바탕을 둔 문화적 규범이기 때문에 더 융통성이 없고 바꾸기 어려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1700 여년 된 문화 유적인 불상을 폭파시키는 것을 보면 가서 한대 주어 박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다. 종교가 없었으면 중동이나 인도/파키스탄 북 아일랜드등의 분쟁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슬람교는 “가짜” 신을 섬기는 종교이니까 그런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도 마녀 사냥, 십자군 전쟁, 과학자 화형등 필요 없이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일을 많이 했다. 사실 현대 서구 사회는 많이 세속화되어 되어 있고 정교 분리가 되어 종교 때문에 말도 안되게 피해보는 경우는 중동의 경우보다 덜하다. 그래서 현재 중동에서의 종교적 영향력을 서구 중세의 암흑시대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유독 미국에서는 특히 근래에 와서 보수 기독교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줄기 세포 연구도 행정부에서 지원하지 않고 외교 정책 결정도 종교적 교리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신이 세상일을 모두 주관한다는 종교인들의 믿음은 사실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도 있다. 사실 예수의 재림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라는 사람 중에는 지구 온난화가 그런 징조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부 종교인들은 현세에서의 삶이나 그 삶의 현장 즉 지구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저 세상 (천당) 에서의 삶이 진짜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태도는 당연히 현세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박노자씨가 얼마전에 한겨레 신문에 썼듯이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보수적으로 만드는 경향도 있다. 미국에선 심지어 다시 정교 일치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종교가 인간에게 나쁘기만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종교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어릴 적 부모에게 느꼈던 느낌 (신뢰감, 안정감, 부모만 옆에 있으면 만사가 다 괜찮을 것이라는 느낌) 의 신이 자기를 뒤에서 돌봐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여러가지 경우에 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조금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꼭 신이 직접 나서서 물리/자연 법칙을 무시하고 소원을 이뤄주기 때문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이 더 열심히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도만 한뒤에 신만 믿고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면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또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에게 신이 있고 천당이 있다는 믿음은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지옥에 갈까봐 더 불안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종교를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들이 천당에 간다고 믿는 것 같다. 종교는 또 사람들이 자기를 낮추고 겸손한 태도를 가지게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종교는 절박한 처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모진 삶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종교에서 해악은 없애고 좋은 점만 있게 할 수는 없을까? 만일 종교에서 비롯된 해악이 종교의 원래 취지때문이 아니라 종교 교리를 오해한 종교 지도자들 때문이라면 종교인과 비 종교인 모두 만족할 수 있을만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종교 경전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인종 차별도 옛날에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여 정당화 한적도 있다. 요새 성경이 인종차별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차별도 성경에 바탕을 두고 정당화 해 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많이 나아졌다. 그러니까 종교 교리도 시대에 따라 재해석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요새 천동설을 믿는 기독교인이 어디에 있는가? 중세의 천동설이 요새의 창조론이다. 진화론이 기독교 교리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많은 기독교인들은 믿고 있고 특히 미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가르치도 있다. 종교가 과학을 거부하는 이유는 종교인들이 절대적인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종교 교리가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하면 싫어하고 성경 구절이 문자대로 해석하는 것이 성격의 권위를 더 높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9.11 으로 표면화 된 국제적 갈등의 원인의 하나가 사람들의 종교적 자세이고 세계 정치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의 정치세력이 좀 비이성적인 이유도 다수 미국인들의 종교적 입장이라는 인식이 작금의 종교 개혁 운동 또는 반종교 운동의 이유라고 본다. 그래서 미국엔 스퐁주교 같은 사람이 기독교를 구출하자고 외치고 있고 한국에서는 김용옥씨가 전통적인 기독교 신관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또 더킨스 같은 사람이 쓴 반종교적 서적이나 다빈치 코드 같은 책이들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종교적인 사람들과 이성적인 사람들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종교로 기종 종교가 개혁되는 것이 가장 건설적인 해법일 것 같고 나로서도 종교를 받아들이기 더 쉬운 길인것 같은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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